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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plane/답답해서 하는 포스팅

한국전력공사 체험형 청년인턴 수기 (17.06.01 ~ 17.07.31)


일찌감치 탈락된 걸 알고 늦잠을 자던 중 걸려온 한통의 전화.

스팸전화라고 생각하고 무시할수도 있었지만 그냥 그 전화를 받고 싶었다.

유난히 깊은 잠을 자고 있었던 탓에 머릿속엔 잠의 여운이 아직 떠나지 않았지만, 괜스레 기분 좋아질 전화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다.

그 전화 통화 이후 나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 되었다.


비록 2개월밖에 되지 않지만, 여러 후기들을 통해 별로 배울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안하는것 보단 도움이 되겠지, 내가 무엇을 하든 그걸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좋은 경험이 될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기업이던 간에 채용 공고가 올라오면 '여기 직원들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까?', '나의 어떤 역량을 드러내야 유리할까?' 궁금하기 마련인데,

사실 인터넷에서는 그 정보를 찾기 쉽지 않을뿐더러 (내가 잘 못찾는건가?), 구체적이지도 못하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한건가?) 


그.래.서

한전에서 2개월동안의 인턴 생활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포스팅을 한다.




[06.01.목 ~ 06.02.금]


처음 면접을 봤던 지역본부에서 OT가 있는 날

집에서 지역본부까지의 거리가 꽤나 멀었던 터라 아침에 일찍 나가야할 것이 걱정됐지만 역시 걱정은 미리 하는게 아니다.

OT는 10시부터 시작 예정이었고 크게 이르지 않은 시간에 일어나 지역본부로 출발했다.

이제 막 6월이 시작됐는데 덥기도 무지하게 덥고... 급격히 불어난 살에 정장은 왜이리도 불편한지ㅋㅋㅋㅋㅋㅋ...

OT 안내 메일에 정장을 입으라는 말만 없었어도 그냥 바지에 셔츠를 입었을테지만 하루니까 그냥 참아보기로 했다.

2주 전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강당은 합격자들의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OT 내용은 한전이라는 곳이 어떤 회사인지, 앞으로 인턴 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예절 및 안전에 관한 교육, 성희롱 예방 교육 등등...

아무래도 인턴들이 가장 관심을 뒀던 부분은 인턴특별과제랑 지사배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턴특별과제는 앞으로 인턴 생활을 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 발표하는건데, 상황에 따라 팀을 이뤄서 해도 되고 혼자 해도 된다고 했다.

과제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더 많은 가점을 받을 수 있는데 사실 가점에 욕심도 없었을뿐더러, 인턴 막바지 쯤 다같이 모여서 발표 한 번 하면 끝나는 거라 별 부담감도 없었다.


하지만...... 지사 배정을 기다릴 땐 은근 떨리더라 ㅎㅎㅎ

1순위로 지망했던 지사가 꽤 경쟁률이 높았기 때문에 행여 서류와 면접에서 점수가 높았던 순서로 지사를 배치한다면 추가합격이 된 나는 차순위로 밀려날 것이 뻔했다.

집에서 가까운 지사 놔두고 먼 곳으로 배치되면 그 비효율은 어떻게하지... 안그래도 여름이라 더 힘들텐데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은 역시나 할 것이 못된다.

어떤 기준으로 지사배치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추가합격이 된 나도 1지망으로 선택한 지사에 배치가 되었다는 것.


ㅎㅎㅎ 걱정했던 것들도 다 무사히 지나갔고 이제 점심을 먹고 지사로 이동할 시간.

지역본부 근처의 식당으로 우루루 몰려가 식사를 했는데, 아직도 그 밥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하여튼 밥을 다 먹고 본부 직원분들에게 인사를 드린 후, 같은 지사에 배치된 동기들과 모여 지사로 이동했다.


정확한 시간은 잘 모르겠지만 한 2시~3시쯤 지사 도착.

보이는 사람들이 직원분들인지 고객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보이는대로 꾸벅꾸벅 인사를 하면서 들어가자 직원분들이 반겨주셨다.

회의실에서 인턴 생활에 대한 간단한 기본 교육을 마치고 부서를 배치받았는데, 최대한 졸업한 학과를 고려해서 부서를 배치한 것 같았다.

전자·전기 쪽 전공자는 배전운영 혹은 전력공급부로, 그 외 경영·행정 등의 전공자는 요금관리, 고객지원부로 ㅎㅎㅎ (모든 지사가 사정이 똑같지는 않을듯)


사실 이제와서 자신있게 이야기 하는건데, 어느 부서로 배치되던간에 걱정 할 필요가 1도 없다.

OT에서도 그렇고, 지사에 배치되어서 교육을 받을 때도 그렇고, 직원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눌 때도 한결같이 하는 말씀들이 있다.


선배들의 업무를 가르쳐 줄 수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2개월은 너무 짧은 기간이라 업무를 배우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

전문적인 경험은 못하더라도 회사 생활의 전반적인 흐름을 배울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

어떤 것을 배우고 무엇을 느끼느냐는 인턴들에게 달려있기 때문에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 2개월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진짜 어디에서든 일을 해본 사람들은 알거다. 2개월은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라는 걸.

지속적으로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낮춰주셨기 때문인지 편안하고 기분좋았던 첫 출근의 기억이 난다.




[06.05. ~ 06.09.금]


본격적인 첫번째 주가 시작됐다.

내가 소속된 전력공급부에서도 파트가 두 파트로 나뉘는데, 내가 속한 파트는 계기 파트였다.

이 파트에서 내가 하게 될 대표적인 일 몇가지는


1. 계량기 제작 업체에서 계량기를 가져오면 창고에 종류별로 가지런히 쌓아 정리하기.

어렵지 않은 일인건 맞지만 계량기 박스는 무게가 꽤 무거운 편이였고 대부분 대량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힘을 쓸일이 많았다.

그리고 여름에 먼지많은 곳에서 일하려니 찝찝함은 뽀너스....


2. 고객에게 출고될 예정인 계량기들을 부서로 가져오고 기본적인 세팅하기.

계량기의 종류가 다양했고 각각 세팅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숙달하기가 엄청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날짜, 시간, 검침일 등 간단한 정보를 세팅하는거라 큰 틀만 이해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3.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기타 등등의 사유로 철거된 계량기들 처리하기.

철거된 계량기는 재활용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폐기처리 하는데 그냥 경우에따라 처리하면 된다. 정말 간단함.


이 세가지 업무는 인턴이 끝날 때 까지 쭉~~ 해야할 일들.


첫째주에 했던 또 다른 업무는 고압이용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한전쪽에서 보내는 공문을 보내기 위한 주소를 파악하는 일이었는데,

고객과 통화로 상담하고 설득하고 안내하고 해결하고 등등의 경험이 많았던 터라 1도 어렵지 않게 해낸 기억이 있다.

(공문의 내용은 아마도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높아짐에 따라 정전 사태가 벌어질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던걸로 기억)




[06.12.월 ~ 06.16.금]


지난주에 했던 고압이용고객들의 주소를 파악하는 업무를 이어서 하면서 정전에 대처하는 매뉴얼을 살짝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보통 고압이용고객은 아파트 단지가 대부분이었는데 아파트 단지에 정전이 발생했을 경우 발전은 어떤식으로 하는지, 임시 전주는 어디에 어떻게 설치하는지 등등

꽤나 구체적으로 매뉴얼을 만들어놓은 것을 보고 또 한번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선배님을 따라 현장에 나갔었는데, 건설중인 고속도로에 들어올 휴게소에 전력을 공급하는 현장이었다.

역시나 나는 그냥 지켜보고 간단한 일을 보조하는 포지션이었지만, 그래도 나중에 이 휴게소를 들른다면 감회가 새로울듯ㅎㅎㅎ


사무실에 있는 것 보다 현장에 나가면 직접 보고 배우는것도 있고, 뭔가 '일'을 한다는 느낌이 나서 좋았던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장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난하게 지나간 주~~




[06.19.월 ~ 06.23.금]


계량기 세팅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전부터 기대했던 한전 홍보활동이 있었던 주.

지사가 관할하는 지역내에 이동인구가 많은 곳을 골라 홍보용 멘트와 함께 간단한 선물을 나눠드렸다.

아침부터 너무나도 더운 날씨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받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이 조금은 났던거 같다.

친구들이나 아는 지인을 마주치면 어쩌나ㅋㅋㅋㅋㅋ 내심 신경쓰였었는데 그런일은 없었음^.^




[06.26.월 ~ 06.30.금]


별로 특별할 것 없었던 주.

계량기 창고 정리 & 출고, 입고 + 기타 간단한 문서 작업 등.

이제 좀 부서에 적응하고 해야할 일이 뭔지 알게 됐는데 인턴생활의 절반이 지나감.

인턴... 잘 할수 있을까? 걱정했던 한 달 전 내 모습이 창피할 정도로 쉽게 적응을 한 것 같아 만족스럽ㅎ.ㅎ




[07.03.월 ~ 07.07.금]


여름철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여 과부하가 걸리면 (계약전력의 80%이상) 정전 위험이 있으니 필요한 예방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의 SMS가 발송된다.

이 문자의 대상이 되는 아파트 관리소장, 전기안전관리자 등의 연락처를 정확히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단 이야기.

아파트 관리실마다 전화를 돌려서 연락처를 확보하는 일을 했다.


그리고 비가 많이 왔던 탓에 계량기 창고에 있는 계량기 박스들이 죄다 눅눅해지고 무너질 위험에 처해있었다ㅠㅠ.....

꿉꿉한 날씨를 뚫고 계량기 박스를 다시 차곡차곡 넘어지지 않도록 쌓았다.




[07.10.월 ~ 07.14.금]


하루종일 홍보활동 계획이 잡혀있었는데... 진짜 쪄 죽을것 같은 날씨...

홍보 내용중 전기를 절약하자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런 날은 에어컨을 안 켤 수가 없을듯 ㅠㅠ

그 동안은 사무실에 있는 것 보다 밖에 나가서 활동하는게 좋았는데, 이 날 만큼은 너무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도 저녁에 인턴들이 다 모여서 저녁도 먹고 맥주도 마시면서 뭉칠 수 있어서 좋았당ㅎㅎㅎ




[07.17.월 ~ 07.21.금]


두 달의 인턴기간동안 이틀의 휴가가 주어지는데, 나는 이 휴가를 반차 두번 + 휴가 한번 사용했었다.

반차만 네번 사용한 동기도 있었음ㅎㅎㅎ

뭐 당연하게도 휴가를 언제 어떻게 쓰던지 자유로운편이다. (부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반차 + 휴가 콤보로 한 일이 거의 없었던 주~




[07.24.월 ~ 07.28.금]


호수가 바뀐채로 시공된것 같다는... 예를 들면 201호에 쓰였여야 할 계량기가 202호에 설치되었다는 민원이 들어와서 해결하기 위해 현장 방문!

간단한 검사를 통해 바뀐게 맞다는 결론을 내고 이를 조치한 뒤 다음 민원 현장으로~~

사용량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민원이었는데, 계량기에서 사용량을 추출하고 이를 직접 고객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해드렸다.

아 물론 나는 그 일을 옆에서 보조했고ㅋㅋㅋ 큰 문제없이 민원 해결 완료~


27일에는 인턴 특별과제 발표회 및 수료식이 있었는데, OT때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다들 인턴생활이 만족스러웠는지 밝은 모습들..

발표준비들은 왜 그렇게들 준비를 잘 해왔는지ㅋㅋㅋㅋㅋ 기죽음..

과제 발표와 수료식이 끝나고 본부에서 제공해준 음식을 먹고 끝!